바른 예배(2): 우리가 드리는 거룩한 예배

우리 교회는 ‘복음 아래서는 기도를 비롯한 예배의 다른 요소들이 예배를 드리는 장소나 예배를 향하는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또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 더 많이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WCF 21-6)라는 가르침을 성경적 고백으로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디에나 계시며, 어디에서나 예배를 받으실 분임을 믿는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성령과 진리 안에서 예배해야 합니다(요 4:23-24).

유럽의 중세 도시들은 그 규모와 관계없이 대부분 광장, 교회, 궁전을 중심으로 건설되었습니다. 피렌체, 나폴리, 베니스 등의 이탈리아 중세 도시들을 방문하신다면, 지도에서 광장(Piazza)과 그 주변에 교회(Duomo)와 궁전(Palazzo)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생활에 있어서 광장은 소통과 대화를 위해, 궁전은 정치와 행정을 위해, 교회는 신앙과 도덕을 위한 각각의 역할을 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중세 도시에서 이 세 가지 역할을 각각의 건물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세 종류의 건축물들은 그 도시가 내세우는 가장 자랑스런 상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렌체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바로 떠 오르는 붉은 돔이 있는 아름다운 ‘피렌체 대성당’(Santa Maria dei Fiori)은 ‘레푸블리카 광장’(Piazza della Repubblica),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과 나란히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 도시들을 방문한다면 우리는 성당, 광장, 궁전을 보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교회 역사에서 교회 건물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교회가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건물을 중요시 했던 것은 아닙니다. 신약의 교회는 예루살렘 있는 마가의 ‘다락방’에서 처음 탄생했습니다. 성령이 교회에 처음 임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행 2:1-13). 이렇게 교회가 시작된 이후에도 성도들은 유대인들의 회당에서 모여 예배했고, 흩어져 각 가정에서 함께 예배했습니다. 기독교가 핍박을 받을 때는 지하 묘지에 숨어 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건물 중심의 교회는 기독교의 공인 후 교회가 부유해지게 되면서 생겨난 모습입니다. 그래서 ‘교회=건물’이라는 공식이 지금껏 우리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지요. 교회를 건물로 제한하고, 교회 건물을 거룩한 성전으로 생각하다 보니, 더 아름답고 더 웅장한 교회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멋진 ‘성전’에서 예배하면 더욱 거룩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예배는 이처럼 특정한 장소와 건물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세 때로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건물 중심의 예배가 아닌, 가정 중심의 예배가 훨씬 강조됩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자랑이었던 예루살렘 성전을 두고,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요 2:19)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성전은 자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로써, 삼일 만에 부활하실 것을 예언하신 것이지요. 그런데, 바로 이 성전을 헐라고 하신 말씀을 빌미로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이신 예수님께서, 눈에 보이는 성전인 건물을 헐라고 하신 말씀 때문에 죽임 당하신 것입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닙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요, 하나님의 가족입니다. 그러므로 예배는 우리 개인과 가정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모세는 “내가 오늘 당신에게 명하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언제든지 가르치십시오.”(신 6:6-7)라고 당부했습니다. 하나님께 인정받은 경건한 욥은 “잔치가 끝난 다음날이면, 으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을 깨끗하게 하려고, 자식의 수대로 일일이 번제를 드렸다. 자식 가운데서 어느 하나라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라도 하나님을 저주하고 죄를 지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잔치가 끝나고 난 뒤에는 늘 그렇게 하셨다. 욥은 모든 일에 늘 이렇게 신중하였다.”(욥 1:5)고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교회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를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어디에나 계시며, 언제나 함께 계시는 하나님께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공동체적으로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성령 안과 진리 안에서 예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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