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월터 트로비쉬가 쓴 “나는 너와 결혼하였다” (I married you, 생명의 말씀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결혼을 위해 기도하는 청년들, 그리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제가 반드시 읽어 보라고 권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특히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건강한 부부 관계는 A가 아니라 M과 같아야 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알파벳 A와 M의 수직선을 각각 한 사람으로 생각해 보세요. A는 비스듬히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이고, M은 각자 똑바로 서서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양이지요? 이것이 건강한 결혼 관계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결혼은 물론,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영적인 면에서 보면, 서로가 기대어 있는 A의 형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넘어지면, 함께 넘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반면에, M은 두 사람이 각자 하나님 앞에 바로 서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 똑바로 서 있지만, 동시에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 넘어져도, 손을 꼭 잡고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넘어진 상대방을 일으켜 세워 함께 다시 바로 설 수 있지요. 이처럼 한쪽이 넘어지면 무너지고 마는 A의 관계가 아닌, 각자가 먼저 바로 하나님 앞에 바로 서 있기에 한쪽이 넘어질 때 오히려 상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M의 관계가 건강한 부부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 A와 M의 가르침은 부부 관계에만 적용할 것이 아닙니다. 교회라는 하나님의 영적인 공동체 안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 된 공동체이기에 영적인 가족입니다. 사랑 안에서 서로서로 의지하며, 신앙의 여정을 함께 합니다. 영적인 성숙도, 믿음의 깊이 등은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그래서 우리를 하나님을 위해 함께 지어져 가는 성전이라고 했습니다. 그리스도는 성전의 머릿돌이며, 우리 각자는 그 성전을 함께 구성하는 벽돌과 같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홀로 고독한 성도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되어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 각자는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함께 말씀을 배우고, 성령 안에서 삶을 나누며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내가 넘어질 때 내 곁에 있는 형제, 자매가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줌으로 어느 한 지체도 이 믿음의 길에서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믿음의 경주를 다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 교회 공동체의 모든 성도들이 주님과의 바른 관계 가운데 굳건하게 서서, 곁에 있는 형제자매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는 관계, A가 아닌 M의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모든 성도가 하나님 앞에 각자 바로 서도록 성령 안에서 격려하고, 동시에 옆에 있는 지체들과 손 꼭 잡고 함께 믿음으로 걸어가는 관계. 바로 그 모습이 부름 받고 보냄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인 우리 교회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