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 Down

한 두 대의 차를 앞서가기 위해서 차선을 급히 바꾸어 조금이라도 신호에 가까이 서야 직성이 풀립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답답해서 한꺼번에 늘 몇 개의 창을 모니터에 띄워두고 작업을 합니다. 새벽부터 전날 정리해 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점검하고 하나씩 처리해 나가 모든 항목에 체크가 되어야 보람 있는 하루를 살았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무엇인가 생각나면 바로 메모해 두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어제 아마존에서 주문한 물건이 오늘 도착하지 않으면 벌써 짜증이 납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저뿐 아니라 바쁘고, 분주하고, 무엇인가에 쫓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마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일 것입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시간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닙니다. 모두가 빠른 리듬의 생활에 길들어 있어서 조금이라도 멈추어 서면 조급증이 도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쫓기며 살아가는 삶이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 같습니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그리고 송구영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무척 분주하고 어수선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행사도 많고, 약속도 많고, 모임도 참 많습니다. 이런 분주함 속에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조금 속도를 늦추고 며칠 남지 않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우리 인생의 몇 날을 한 걸음씩, 꼭 한 걸음씩만, 소복이 쌓인 새벽 눈 위를 뽀드득뽀드득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가듯이 그렇게 살아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천천히 걸으며 남은 날 동안 이런 생각을 보면 좋겠습니다.

  • 배움과 변화: “나는 올 한 해 무엇을 배웠는가? 그 배움을 통해 나는 얼마나 변화되었나?”
  • 만남과 성장: “나에게 의미 있는 만남이 있었는가? 그 새로운 관계가 나의 성장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 함께함과 나눔: “나는 내가 함께 있어야 할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냈는가? 그들과 내 시간과 에너지를 충분히 나누었는가?”
  • 감사와 베풂: “나는 하나님이 주신 삶에 깊이 감사했는가?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며 함께 감사할 수 있도록 베푸는 삶을 실천했는가?”

천천히 걸어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저와 함께 속도를 늦추고 내 안에 계신 성령님과 함께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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